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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검사의 기적

교통사고 불운 ‘조폭잡는 검사’ 10년만에 기적 회생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휠체어를 탄 문세영 전검사가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설 모임을 갖고 있다. /김문석기자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음식점에 50대 초반의 한 사나이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자리에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모임의 주인공은 문세영 전 검사(52·사시23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1990년대 초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 소속 수사관과 파견 경찰관, 구청 공무원들이었다.

89년 검찰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시절, ‘문세영’이란 이름은 전국의 조폭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지검 민생특수부 검사로 재직하면서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 등 전국의 16개 조폭 두목을 구속해 폭력조직을 와해시켰다.

당시 민생특수부는 심재륜 부장(전 부산고검장), 함승희(전 민주당 의원)·안대희(대법관)·조승식(인천지검장) 검사 등으로 구성된 원조 ‘드림팀’이었다.

광주일고·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문세영씨는 89년 광주지검 근무시절 조선대 이철규군 사망사건 때 이군의 사망이 타살이 아니라 실족사임을 논리적으로 입증, 일약 ‘드림팀’에 합류하게 됐다.

특수부에서 그가 발굴 수사한 91년 연예계 폭력조직 및 방송사 PD비리, 서울대·이화여대 예체능계 입시부정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심재륜 당시 부장은 그에게 ‘일벌레’란 별명을 붙여줬다.

수원지검 특수부로 자리를 옮겨서는 경기지역 미스코리아 선발비리를 파헤쳐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96년 8월 전주지검 부장검사 시절 당한 교통사고가 검사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밤늦게 검찰 직원의 상가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실상 식물인간이 됐다.

사고 이후 문전검사가 특수부 검사로 활약할 때 함께 일했던 수사관, 경찰관, 구청직원 60여명은 ‘내사랑 내곁에’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이들은 매월 정례 모임을 갖고 그의 곁을 지켰다. 검사시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바람에서였다.

문전검사는 자신보다는 항상 함께 일한 수사관들에게 공을 돌리는 등 ‘팀워크’를 중요시한 검사로 정평이 나있다. 살던 집을 팔아 변두리로 옮기고 2000만원을 만들어 수사비용으로 쓴 일화도 있다.

“그 흔한 스폰서 한명 두지 않았어요. 밤샘조사를 마치고 회식을 할 때는 멸치 안주를 놓고 폭탄주를 마셨죠.”(오병석 서초서 강력반장)

“특수부 검사로 일하면서 변호사들이 마련한 저녁 자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당시 수사계장)

“설이나 추석이 되면 ‘떡값은 내가 마련해주겠다. 돈받을 생각하려거든 공무원 하지 말라’면서 10만원씩 손에 쥐어주던 생각이 납니다.”(채성만 서울 중구청 민원실장)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진단했던 문전검사는 기적적으로 재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특수1부 수석검사였던 함승희 변호사가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어”라고 하자 처음으로 “승희 형님 아니십니까”라고 또렷히 답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공교롭게도 재활치료 주치의는 문전검사가 대학입시 부정을 파헤쳐준 덕분에 뒤늦게 자식을 합격시킨 학부모의 사위였다.

이날 설 모임에서 문전검사는 “형법·민법이 많이 달라져서 변호사 개업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하셔야 될 것”이라는 수사관들의 농담에 웃음을 지었다.

그는 ‘검찰조직이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걸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알고 있다. (후배들이) 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왼쪽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하는 상태다. 특수부 시절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그의 꿈은 이제 ‘언젠가 내발로 한번 걸어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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