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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치유는 어떻게??

영화 '가을로'를 봤습니다. 삼풍사고로 연인을 잃은 한 남자가 홀로 여행을 떠납니다. 우이도 모래언덕에서 구절리 전나무 숲까지 전국의 산하가 잔잔한 클래식 선율과 함께 아름다운 속살을 드러냅니다. 짧은 여정이지만 상실의 고통에 시달리던 남자는 의연하게 변모해 갑니다.

제가 느닷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영화에서 '치유(治癒)의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치유는 파편화된 물질문명 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단어입니다. 형태가 무엇이 되었건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 한두 개쯤 갖고 있지 않은 현대인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다면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저는 먼저 식힌 뒤 데워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대상은 여러분의 뇌입니다. 찜질의 순서와 동일한 원리입니다. 어디를 삐끗했을 때 먼저 냉찜질을 하고, 하루 정도 지난 뒤 온찜질을 하는 것이 옳지요. 냉찜질로 급성 염증의 열기와 부기를 뺀 뒤라야 온찜질로 혈류 확장을 통한 영양공급을 해 상처를 낫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별이나 실연은 물론 천재지변이나 성폭행.아동학대 등 위협적 스트레스는 대뇌피질과 뇌간을 연결하는 회로를 시커멓게 태워버립니다. 고장 난 회로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쾌한 기억이 뇌간을 자극해 호흡곤란과 심박수 증가, 혈압상승 등 불안증세를 유발합니다. 이때엔 일단 식혀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의지를 동원해 억누르려 하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할 뿐입니다. 일상적 활동을 중단하거나 억지로 새로운 일을 시도해서도 안 됩니다. 고통에 저항하지 말고 처음엔 고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단절은 곤란합니다. 식힘의 본질은 소통(疏通)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치료의 주요 원리도 소통입니다. 마음의 고통이 심해 정신과를 찾으면 의사의 고견이나 약물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의사는 그저 듣기만 할 뿐입니다. 상담시간의 9할은 환자의 말을 듣는 데 할애합니다. 희한한 것은 환자는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비단 의사가 아니더라도 대화나 기도.여행.자연과의 교감도 좋은 소통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치유를 위해선 뇌를 데워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망가진 신경회로 속으로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는 새로운 뇌세포들이 자라 들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헌신(獻身)을 통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되었건, 일이 되었건 자신을 잊고 매달릴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나쁜 기억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기억을 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헌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대상을 다시 찾는 것, 이것이야말로 치유를 위한 마지막 과제입니다.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 분이 있다면 소통과 헌신을 통해 치유의 기쁨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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