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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fo

논어 사람의 길을열다.

2010.01.20
고전의 지혜와 만나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친구들의 아버지보다 나이 많고 고리타분했던 내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옛날식 교육을 받으신 아버지와 대화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공자 왈, 맹자 왈'이 튀어나오곤 했지요. 무슨 이야기로 시작하든 결론은 항상 사서삼경에 가 있는, 아주 희한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말입니다.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은 그 답답하고 지루하던 말씀을 들으며 온몸을 비비 꼬던 어린 여자아이가 나이 사십에 논어를 집어 들었습니다. 걷다 보니 로마더라 하는 것처럼, 살다 보니 발생하는 '논어던가?' 하는 일들을 더는 그냥 넘기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내 생전에 자진해서 논어(비록 해설본이라고는 하나)를 손에 들 날이 오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우스운 일입니다.

지은이의 다른 저서 : 풀숲을 쳐 뱀을 놀라게 하다, 한글세대가 본 논어

사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논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논어 해설본이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논어 전체가 번역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전체의 해설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논어의 중요 줄기를 발췌해 저자 나름의 해설을 곁들인 약식 논어 설명서라고 하면 정확할 듯싶네요. 논어 안에 사람의 길을 있다고 해석한 저자가, 논어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 것 같습니다. 가능한 한 쉽게, 현대의 언어로, 현대인이 받아들이기 좋도록 설명해 놓았습니다.

한자를 최대한 배제하고 한글로 풀어 쓴 풍부한 예문은 대부분 제자와의 문답입니다. 꾸밈없는 일상, 자연스러운 질문과 답변 속에서 지혜의 전수가 이루어집니다. 현실을 외면한, 허례와 허식, 고리타분함의 대명사로 알고 있던 논어가 사실은 이렇게나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삶 자체가 배움이고 가르침이던 스승과 제자,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과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는 스승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 시절이 특별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와 그의 제자들이 특별했던 것일까요?

우리가 알고 있던 유학의 핵심 논리인 효(孝)와 인(仁)뿐 아니라 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공자의 정치적 이상향에 대한 설명이 제법 깁니다. 안보와 경제와 믿음 중에서 가장 최고의 덕목으로 믿음을 꼽았던 그의 이상을 이채롭게 바라봅니다. 그의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일지 모릅니다. 무려 2500년이 지나서도 실행되지 못한 현실성 제로의 이상. 그러나 왠지 허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범인(凡人)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군자의 길일지도 모르니까요.

2500년을 내려온 그의 사상을 기웃거리다 그가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고 비현실적 이상주의자라고 매도할 수는 없겠지요. 그는 확고한 이상을 가졌으나 사고는 유연하였습니다. 늘 자신의 자리를 바로 알고 그 자리에서 최선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논어를 통해 우리에게 그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2500년을 넘어 전해지는 그의 지혜를 내가 제대로 따라가리라 꿈도 꾸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 '사람의 길을 열다'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안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산마을`님은 책과 산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줌마. 어느 산 정상, 옅은 구름 아래로 보이던 산마을처럼 조용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http://blog.naver.com/4mydm
작가 소개'논어' 연구와 강의에 매진해 온, 배병삼 교수
  • 1959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도회 부설 한문연수원에서 수학했고, 한국사상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삼국통일과 한국통일], [율곡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다산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한국정치의 재성찰-전근대성 근대성 탈근대성] 등이 있다.

책 속 밑줄 긋기여름을 맞아 더울 적엔 홑겹의 갈옷을 입되 반드시 속옷을 안에 입었다

공자의 제자인 자유가 효를 여쭈었다.
공자 말씀하시다. "오늘날 효라고 하면 부모를 경제적으로 잘 모시는 것을 연상하더구나. 한데 집에서 기르는 개나 말도 다 먹이기야 하지 않느냐. 그러니 공경하는 마음, 이것이 있고 없고에서 효의 여부가 갈리는 법이지." - '이인' 편 (76쪽)

진리로 가는 길의 첫 번째는 "눈에 보이는 게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요. 둘째는 "세상이 관계가 아닌 개체로 이뤄졌다는 말은 믿지마라"는 것이다. 세상이 개체, 실체로 이뤄졌다는 환상은 언제나 '보고 듣는' 감각을 통해서 오기 때문이다.
공자가 안연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실제의 나는 저 거울 속에 비친 덩어리가 아니며, 또 개인, 개체, 독립된 자아, 이런 따위는 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로지 관계의 사이 또는 흐름 속에 내가 있다. 아버지에게 아들인 나, 친구에게 벗인 나, 둘이 접속하여 소통할 때에 드러나는 나, 이것이 나다. 즉 '너가 없으면 나는 없다.' 이것을 보라는 것이다. - '안연' 편 (188쪽)

공자 말씀하시다. "천한 놈들과 국가 대사를 함께 할 수 있겠더냐? 그놈들은 자리를 얻지 못하면 얻으려고 전전긍긍하다가, 일단 얻고 나면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정년코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들 땐, 못하는 일이 없는 놈들이다." - '양화' 편 (257쪽)

인간을 인간답게 대접하기, 이것이 논어의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인간이라고 하여 다 같은 인간은 아니고 그 속엔 짐승 같은 인간이 존재한다고 보는 엄격한 인간관도 논어의 한 켜다. 나아가 배움과 가르침이 논어의 중요한 주제인바, 그 요체는 짐승 같은 인간을 어떻게 하면 사람다운 인간으로 만들 것인가', 또는 '야만의 세계를 어떻게 문명의 세계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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