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확산

도시와 전원 오가며 ‘두 집 살림’ “베이비 부머 은퇴 시작 땐 확산”

새 트렌드 - 멀티해비테이션

	기노일(왼쪽)·이화선씨 부부는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에 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가끔씩 서울에 올라와 머물며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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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해비테이션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됐다.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 별장이 딸린 농장 소유가 유행처럼 번졌다. 정부가 도시 근로자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해 정책적으로 주말농장을 적극 권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은 전 국민의 50% 이상이 멀티해비테이션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80년대 이후 산업화에 찌든 도시인들이 농촌에 하나 둘 별장형 주택을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두 집 살림이 본격화됐다. 2005년 3월 일본의 국토교통성 산하 ‘2지역거주인구연구회’가 설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30~59세의 절반 이상이 멀티해비테이션을 이루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50대는 59.4%가 ‘당장’ 혹은 ‘가까운 장래’에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다. 피데스피엠피 김철수 사장은 “베이비 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두 집 살림을 하는 멀티해비테이션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멀티해비테이션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번지고 있다. 우선 직장이 있는 서울·수도권에 주로 살면서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구해 주말이나 휴일에 별장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회사원 이재원(51)씨도 금요일 저녁마다 부인과 함께 올해 초 강원도 홍천군에 마련한 전원주택으로 향한다. 여름에는 주택에 딸린 텃밭에서 상추나 고추 등을 직접 길러 먹기도 하고, 인근 강가에서 낚시를 즐긴다.

이씨는 “주말 내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서울로 돌아오면 주 중의 직장생활이 힘들지 않다”며 “농작물 기르는 재미도 얻고 건강까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한 소형 전원주택 개발이나 분양도 부쩍 많아졌다. 특히 경춘·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이 뚫리면서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지던 경기도 양평·가평군 근처나 강원도·충청권 등지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다. 대개 고속도로 주변으로 서울에서 9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전원주택은 보통 대지 330~660㎡에 주택은 66㎡ 안팎으로, 분양가가 1억원대로 비교적 싼 게 특징이다. 이씨의 전원주택 역시 대지 695㎡에 집은 60㎡ 정도로 들인 돈은 1억2000만원이다. 이씨는 “60㎡지만 툇마루가 있고 복층이어서 4인 가족이 주말에 이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전원의 행복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개발업체인 홈덱스 이승훈 사장은 “개발이 덜 된 강원도 등지에서 전원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비교적 싸게 분양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멀티해비테이션 대상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원주택은 대개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 들어서 분양가가 5억~6억원 정도였다. 이 때문에 중산층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현업에서 은퇴한 뒤 전원주택에 주로 살면서 가끔 서울 집을 이용하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멀티해비테이션이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김문식(66)씨가 이런 경우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주말에만 전원주택을 이용하던 김씨는 2003년 은퇴 후 아예 정착했다. 그는 “도시에 살다 시골로 내려오면 처음에는 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다소 부족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곳에 시내가 있고 서울까지도 1시간3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창회 등 서울에서 볼일이 있을 때 부인과 함께 올라와 서울 집을 이용한다.

그런가 하면 흔치 않지만 동남아 등 해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국내외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맵리얼티 이승철 과장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자영업자나 기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오너들로 주로 휴양지 인근에 집을 마련해 두고 국내에 거주하면서 1년에 서너 차례 정도 해외 집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