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ealth& Clinic

증상으로 의심하는 건강 [펌]





‘혼정신성(昏定晨省)’.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봐 드리고 아침에는 밤새 안부를 묻는다. 부모의 건강을 살펴 효도하는 자식의 도리를 함축한 사자성어다. 노부모와 자식이 따로 사는 집안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추석 연휴 동안 그간 챙기지 못한 부모님의 건강을 점검해 보는 것을 어떨까.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질병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변에 피 섞여 나오면 방광암 일 수도
국민 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노인의 가장 큰 영양 문제는 영양 결핍이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식욕 부진까지 겹쳐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체중 감소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합병증을 키울 수 있다. 먼저 부모님의 몸무게를 확인해 보자. 체중은 건강의 바로미터다. 6개월 동안 체중이 5㎏ 이상(또는 몸무게의 약 10%) 빠지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의심할 수 있다.

기존에 갖고 있는 만성질환이 더 악화됐거나 모르는 사이 새로운 만성병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체중 감소는 암의 중요한 전조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암은 정상 세포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앗아가 기생하는 소모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과거 임금의 대소변을 맛봤던 어의처럼은 아니어도 부모님의 배설물을 관찰하면 암을 예상할 수 있다. 소변에 피가 섞인 것이 눈으로 확인할 정도면 방광암, 황달이 있고 소변이 간장색이면 간암을 의심한다. 대변이 빨갛거나 검은 출혈이 있으면 소화기 계통 암을 생각할 수 있다.

평소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면 위암을 의심한다. 이때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 38.3도 이상 원인 불명의 미열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는 것도 암에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부모님의 키도 한 번 재 보자. 1~2년 새 1㎝ 이상 줄었다면 뼈 이상으로 나타나는 정형외과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의심해 볼 질환으로는 관절의 연골이 망가져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 주로 무릎에 많이 나타난다. 관절염이 있으면 양쪽 무릎이 붙지 않는 ‘오자형’ 다리가 되고 결국 키가 작아진다.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면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걸을 때 관절의 마찰로 ‘뿌드득’ 소리도 난다.

척추를 구부정하게 만드는 퇴행성 척추질환과 골다공증도 키에 영향을 준다.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찌릿찌릿한 것도 퇴행성 척추질환의 증상이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는 척추관 협착증을 보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잠을 잘 때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새우잠을 자면 척추질환일 수 있다.

TV 자막 군데군데 안 보이면 망막 이상
시력이 떨어져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과 손자·손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게 있을까. 눈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유형을 살피면 황반변성·녹내장·당뇨병성망막증 등 3대 실명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데 TV 자막을 군데군데 보지 못하면 망막의 모세혈관이 고장 난 당뇨병성 망막증을 의심한다.

어두운 실내에서도 눈이 부시다며 형광등을 잘 켜지 않으면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동반한다. 한쪽 눈을 가리고 바둑판이나 가로선과 세로선이 교차하는 모눈종이를 봤을 때 선이 휘어 보이면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 가슴에 답답한 증상은 없는지 물어보자.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장질환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가슴 가운데에 누르는 듯한 흉통이 있고 조이면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찌꺼기가 끼어 나타난다. 협심증에 따른 흉통은 지속하지 않고 활동할 때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조금 쉬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참기 힘든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다. 흡연·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이 있는데 심근경색 증상이 있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오면 사망할 수 있다.

10분 거리를 걷는데도 어질하고 앞이 캄캄해져 쓰러질 것 같다고 호소하면 귓속의 평형기관 등이 망가진 노인 어지럼증의 가능성이 있다.

치매는 ‘천형(天刑)’으로도 불린다. 가족과 함께한 평생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간단한 ‘단기 기억력 게임’을 하자.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치매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시계 그림을 그려 보자. 흰 종이에 원을 그리고 1시부터 12시까지 차례대로 시간을 표시한다. 원을 4등분해 3시간씩 균등하게 그리지 못했다면 한 분획당 벌점 1점씩을 준다. 9시부터 12시까지는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시간 표기가 제자리에 안 돼 있으면 벌점 4점을 준다. 총 벌점이 4점 이상이면 인지장애가 있는 것으로 본다.

동물 이름 대기 게임도 있다. 1분 내에 동물 이름 아무 거나 10개 이상 대면 기억력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노인들은 근육량이 줄고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부모님의 운동 능력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 없는지 살펴보자.

건강수첩 만들어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팔의 힘을 안 쓰고 다리와 허릿심만으로 일어나 3m 거리를 10초 내에 돌아오면 근력 등 운동 능력에 문제가 없다. 20초 이상 걸리면 관절염·인지기능 장애가 있을 수 있다.

비뇨기 질환이 있는 노인은 삶의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부끄러워 자식들에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동성의 자식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성은 전립선이 커지거나 염증이 생기면 소변을 보기 힘들어진다. 여성은 자주 소변이 마려운 요실금(건강한 사람은 하루 평균 5~6회), 잠자리에 든 뒤 서너 번씩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빈뇨·절박뇨가 생긴다.

부모님과 30~45㎝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데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난청이다. 난청이 있어도 입 모양을 보고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다. 등 뒤에서도 말해 보자. 음성이 갑자기 커지고 전화통화가 힘들면 난청일 수 있다.

기침이 심하고 숨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면 폐의 산소 교환장치인 허파꽈리가 망가진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가능성이 있다.

얻은 정보가 일회성에 그치면 의미 없다. ‘건강수첩’을 만들어 인사드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질병 ‘파수꾼’ 효과를 볼 수 있다. 키·체중·운동능력·시력·청력 등 정보를 꼼꼼히 기록하자.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Health& Clin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대 건강  (0) 2010.10.06
만성피로  (0) 2010.09.26
몸냄새로 알아보는 질병  (0) 2010.09.01
저혈압 이해하기  (0) 2010.04.29
손바닥과 손등알기.  (0) 201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