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사람 가고 뭉칫돈 흐른다
내달 수도권 동서남북에 새 길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다음 달 수도권의 교통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꿀 전철 및 고속도로 4개 노선이 한꺼번에 뚫린다. 다음 달 1일 경의선 복선 전철과 서울~용인 고속도로, 다음 달 15일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각각 개통될 예정이다. 또 지하철 9호선은 역무 자동화 설비 등의 이상으로 12일 개통이 무산됐지만 서울시는 늦어도 다음 달 말 개통을 장담하고 있다.
이처럼 새 길이 사통팔달로 거의 동시에 뚫리는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다. 게다가 4개 노선은 모두 서울 또는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지역을 관통하는 것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개 노선 관통 지역의 부동산은 이미 계획과 착공 단계에서 한 차례 올랐다. 완공 단계에서 추가로 상승할지, 아니면 경기 침체기라서 개통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할지가 관심사다.
춘천 가는 길에 땅 문의 늘어
서울~춘천고속도로는 다음 달 15일 개통될 예정이다. 2004년 8월 착공한 서울~춘천 고속도로에는 사업비로 1조4296억원이 들어갔다. 서울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잇는 61.4km 구간에 교량 103개, 터널 41개가 세워졌다. 나들목은 선동·미사·덕소삼패·화도·서종·설악·강촌·남춘천·조양 등에 설치됐다. 전 구간 주행에는 대략 40분이 소요된다. 관리운영권은 서울춘천고속도로㈜가 30년간 행사한다.
고속도로 개통을 가장 반기는 곳은 춘천이다. 경기도 평택보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곳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말 경춘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춘천권은 고속도로와 전철을 모두 갖춘 사실상의 수도권으로 편입된다. 춘천 일대는 공장 설립 제한 등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 데다 서울~춘천 간 물류비용이 30%가량 절감돼 경쟁력 있는 공장 입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춘천시는 2015년까지 250개 기업을 유치해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고속도로는 이미 착공된 동홍천~양양 구간 고속도로뿐 아니라 서울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부고속도로와도 연결된다.
▶남양주 일대의 마석·평내 등 택지지구는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중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분양이 적지 않은 곳이어서 본격 상승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안갑석 마석 현대공인중개 대표는 “땅값이나 집값이 발표 이후 올랐으나 완공을 앞둔 지금은 오히려 조용한 편”이라며 “불경기이므로 완공 이후 시차를 두고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지 매입 문의는 개통을 앞두고 고속도로 나들목을 중심으로 다소 늘었다. 춘천부동산펀드공인의 이승섬 사장은 “문의가 늘었고 실제 거래도 이뤄지고 있으나 수도권 남부 지역처럼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해서 강한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부축 서쪽 부상할 듯
서울~용인 고속도로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용인시 기흥읍까지 이어지는 민자고속도로로 다음 달 1일 개통된다. 2005년 10월 착공해 교량 21개, 터널 10개, 지하차도 1개가 만들어졌다. 22.9㎞ 구간의 나들목은 흥덕·상현·성복·고기·서판교·고등 등 6개다. 설계 속도가 시속 100㎞이므로 전 구간 주행에는 15~20분이 걸린다. 흥덕에서 고등 나들목까지는 6차로, 고등에서 헌릉까지 4.5㎞ 구간은 4차로다. 사업 시행자인 경수고속도로㈜가 3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장 교통이 혼잡한 용인과 성남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로 1시간 걸리던 서울~용인을 30분 정도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용인 고속도로는 기존 경부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구잡이 개발로 교통체증이 심했던 용인 서쪽 지역의 교통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흥덕·신봉·성복지구와 광교·판교신도시 등이 직접적인 수혜권이다. 분당·죽전 등이 경부축의 중심이었으나 서울~용인고속도로 개통으로 광교·판교의 제2 경부축이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직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남아 있고, 광교신도시 등의 분양을 앞두고 있어 물량이 부족하지는 않은 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넓은 집을 찾아 이주하는 수요가 몰린 용인권에서는 승용차 이용자가 많으므로 고속도로 개통의 효과가 클 수 있다”며 “그러나 공급이 넘치고 수요가 부진하므로 개통 프리미엄은 종전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덕지구 남쪽으로는 영덕~오산 간 도로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동탄이나 수원 영통지구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 | |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와 예산 부족으로 여러 차례 지연된 경의선 복선 개통이 다음 달 1일 이뤄진다. 개통 구간은 DMC(성산)~문산으로 단선 기차가 다니던 길을 복선으로 전철화한 것이다. 용산~DMC 구간은 2012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기차가 다니던 서울역~DMC 구간은 종전처럼 운행된다. DMC~문산 복선 구간은 출퇴근 시간에 대략 10~13분, 나머지 시간에는 15분 간격으로 150여 편이 운행된다. DMC역에서 지하철 6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DMC~서울역 구간은 종전처럼 출퇴근 시간에 30분, 보통 때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가장 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DMC~일산역 구간은 25분이 걸린다. 서울역~일산 구간은 종전 43분에서 38분으로, 서울역∼문산은 72분에서 65분으로 각각 단축된다. 철도공사는 서울역~문산 구간에 출근시간대에 10개 역만 서는 급행편을 투입할 계획이다. 급행편이 서는 곳은 서울·신촌·DMC·대곡·백마·일산·탄현·금릉·금촌·문산역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급행은 한 편 정도 운행하되 이용자가 늘면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거리가 먼 파주·일산 지역 부동산은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파주 운정신도시와 일산신도시, 고양시 탄현·풍동 지역이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다. 파주와 일산 지역은 성산~문산 전철뿐 아니라 앞으로 제2 자유로와 서울~문산 고속도로 개통, 강변북로 확장(지하도로 신설) 등으로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된다. 일산 지역은 그동안 기존 3호선과 일산선 전철이 구파발 쪽으로 우회해 지하철을 통한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과 일직선으로 잇는 경의선 복선 개통으로 시간적 거리가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김규정 부장은 “전철 개통이 호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전철역과 가까운 곳은 이미 호재가 어느 정도 반영돼 활황기와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9호선은 2호선 버금가는 황금노선
지하철 9호선은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버금가는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노선이 강서에서 강남으로 한강과 나란히 횡단하고 기존 지하철에는 없는 급행전철이 다니기 때문이다. 개화~신논현 구간(25.5km)은 일반전철(25개역에서 모두 정차)로 50여 분, 급행전철(6개 환승역과 가양·염창·신논현역 등 9개 역만 정차)로는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시는 승용차보다 더 빠른 지하철 급행편이 도로 체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호선은 앞으로 송파구 쪽으로 연장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착공한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은 2013년 말 완공된다.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방이)은 내년 3월 착공해 2015년 말 공사가 끝난다. 역은 2단계 구간이 5곳, 3단계 구간이 7곳이다.
▶가장 확실한 수혜 지역은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 강남권으로 진입하기 힘들었던 강서권이다. 김포·고양·인천 주민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김포공항역에서 환승한 뒤 급행을 타면 강남 진입이 수월해진다. 당산동과 여의도 일대도 서울시의 서남권 개발 방침과 맞물려 혜택이 기대된다. 서울 밖에서도 9호선 개통을 반기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역세권이다. 김포공항역에서는 9호선과 환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신논현까지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9호선 통과 지역의 부동산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직장인이 많이 찾는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은 개통 이후에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장 들러 실제 이동거리 점검해야
경의선 복선을 제외하고 3개 노선은 모두 민자사업으로 건설됐다. 따라서 이용 요금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춘고속도로의 경우 국토해양부는 ‘주중 5000원대, 주말 7000원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은 “통행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개통 행사를 취소하고 고속도로 이용 안하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9호선 요금은 서울시가 현행 지하철 요금체계에 맞춰 기본요금(10km 이내 거래) 900원(교통카드 이용 시)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인 서울메트로9호선㈜ 측은 1582원을 고집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본요금 900원으로 일단 개통한 뒤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메트로9호선 측과의 협상 여부에 따라서는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용인 고속도로 통행료는 2004년 협상 당시 1600원(불변가)이었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이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선 복선은 현행 기차 요금이 그대로 적용된다.
역세권이나 나들목 인접지는 개발 압력이 큰 곳이다.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말로는 역세권이라고 하지만 걸어보면 20분 이상 걸리는 곳도 있으므로 현장을 꼭 확인해야 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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