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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Saint-Exupery : 1900~1944).

생텍쥐페리가 1938년에 집필하여 193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이따금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동료 조종사들의 비운을 떠올리면서 위험한 비행기 조종을 해야 하는 조종사의 이야기가 전편을 아름답고 리얼하게 수놓고 있다.

동료 조종사인 기요메가 비행 중에 실종되어 그를 찾아 수색을 다닌 일화가 소개돼 있고 무어인들의 흑인 노예 바르크(본명은 모하메드 벤 라우셍)가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의 비행기로 탈출시켜 달라고 간청하자 무어인들의 보복을 받을 것을 고려하여 프랑스인들이 돈을 모아 그를 사서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고 생활자금까지 보태어 주지만 자유를 찾게 된 바르크는 자유를 얻은 감격에 취해서 무어인 아이들에게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선물을 사 주고는 그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갖는데 그 후일담은 서술되지 않아서 빈털터리가 된 자유인의 비극이 눈에 선하게 다가왔다.

아직 백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대에 노예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인도 나라를 잃고 대일본제국의 노예 상태였었으니 그리 신기하거나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비사 앙드레 프레보와 함께 프랑스에서 지중해를 건너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와 리비아의 벵가지에 기착하여 연료를 다시 공급받고 나서 이집트의 카이로를 향해 비행하던 주인공은 구름이 잔뜩 끼어 시계가 불량한 상태에서 사막에 기체를 충돌시켜서 불시착하고 만다.

여기서부터는 작가가 1953년에 리비아의 사막에 불시착하여 닷새 동안의 고투 끝에 한 대상(隊商)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되기까지의 목숨을 건 체험이 눈물겹도록 사실적이고 참혹하게 묘사돼 있다.

약간의 과일과 500 밀리리터가량의 커피, 250 밀리리터의 백포도주만 남아 잇고 물탱크도 파괴되어 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무인지경의 사막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인적을 찾아 헤맨다.

물이 다 떨어져서 밤에 낙하산을 펼쳐 놓고 아침까지 이슬을 받아서 2 리터나 되는 물을 기름탱크에 모아 나눠 마셔 보지만 낙하산과 기름탱크의 방수도료와 물때 때문인지 황록색의 물을 마시고 나서 그들은 빈속에 담즙을 토해내고 만다.

그렇게 사막을 헤매던 두 사람은 기적적으로 베두인을 만나 물을 원 없이 얻어 마시고 구조된다.

이 소설은 생텍쥐페리에게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대상을 받게 하였고 사막에서의 극한 체험은 경이로움을 뛰어넘어 인간의 삶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당시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함께 식민지를 거느려서 영토 팽창과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던 프랑스라서 제국주의 국가의 국민다운 자부심과 우월감이 글 중에 언뜻언뜻 내비쳐져서 읽을 때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본능과 이를 위협하는 위험한 여건 속에서 갈등하고 투쟁하는 인간의, 가식을 벗어버린 본연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짙은 공감과 뜨거운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

광활하고 강한 대자연 앞에 선 개인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체감하게 해 주는 이 소설은 그 허약한 개인들이 긴밀한 연대 속에 또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극한상황에서 얼마나 강하게 버티어 나가는지 역설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전혀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닷새를 버틴 두 사람의 삶을 향한 열정과 투쟁 앞에서 상대적인 빈곤감에 의한 좌절 따위는 사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지구 상에는, 아니 범위를 좁혀 한국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을 전체주의적, 계급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단순화하여 정상과 비정상, 수준 이상과 수준 이하로 분류하면서 차별하고 멸시하는 풍조는 사회의 온건한 발전을 위해서 얼른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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