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키아빠 보고서

도스토 예프스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가 1864년에 발표하여 그의 위상을 러시아에서 세계적인 작가로 격상시킨 문제작이다.

관청의 하급 관리로 근무하다가 먼 친척 한 사람이 죽으면서 그에게 6천 루블을 물려줘서 사표를 내고 지하실의 방구석에 처박혀 외톨이로 은둔 생활을 하는 일인칭의 화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40세가 되어 독신으로 살고 있는 주인공은 친구도 애인도 없이 도시 한복판의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사색적인 독백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2부에 이르러서는 스물네 살 때의 한 에피소드를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중대한 사건인 양 장황하게 펼쳐 놓는 것이다.

어느 날 밤, 한 싸구려 음식점의 당구대가 놓여진 곳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본 그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길을 가로막고 있다가 덩치가 큰 장교에게 밀쳐지는 일을 당한다.

소심하고 섬약한 성격의 그는 그 일을 잊지 못하고 그 장교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다가 번번이 미수에 그치게 되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고 가면서 이제 복수를 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장교는 후에 그를 폭행하여 앙갚음을 하고 그 대가로 전근을 가게 된다.

그 후 주인공은 고독을 참을 수 없어서 가끔 인사를 주고받는 학교 동창 시모노프를 만나러 가서 그 다음 날 현역 장교로서 먼 지방으로 전속해 가는 즈베르코프라는 친구의 송별회에 함께 참석하기로 한다.

즈베르코프는 학교에 다닐 때 그와 싸워서 아직도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시모노프를 비롯한 세 명의 동창은 절친하지도 않고 오히려 즈베르코프와 사이가 좋지 않았었던 그가 즈베르코프의 송별회에 참석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는 고집을 부려서 그 송별회에 기어이 참석하고 만다.

그때 그는 식비는 자기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월급 7루블을 주고 아폴론이라는 하인을 자기 집에 고용하고 있었다.

그는 수중에 9루블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다음날이 하인 아폴론의 봉급날이었지만 미운 마음에 봉급을 줄 것을 미루고 그 송별회에는 꼭 참석하리라 마음먹는다.

그는 약속 시각인 오후 5시에 맞춰 송별회가 있는 호텔로 가지만 호텔에서는 그 송별회가 오후 6시로 예약돼 있다고 알려준다. 어떤 사정에서인지 동창들이 약속 시각을 변경하고 연락처도알지 못하는 그에게는 알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한 시간을 기다려서 송별회에 참석하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고 학교에 다닐 때 사이가 좋지도 않았던 동창들에게 그는 따돌림을 받으며 어색하고 무안한 감정으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불편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까 하다가 오기로 그냥 눌러앉아 있는다.

그리고 송별회 자리를 끝내고 그들이 창녀가 있는 집으로 가려고 하자 그도 거기에 끼기 위해 시모노프에게 수모를 받으면서 6루블을 빌린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서둘러 나가고 난 후에 자신을 따돌린 동창들에게 사과를 받든지 거만한 즈베르코프의 따귀를 올려봍이기 위해서 뒤늦게 마차를 타고 낮에는 양품점 영업을 하고 밤에는 비밀스럽게 연줄이 있는 단골손님만 받는, 창녀들이 영업하는 곳에 가서 제각기 여자들과 방에 들어간 동창들을 찾지 못하고 여기에 온 지 이주일쯤 된 스무 살의 창녀 리자가 자기 방에 배정받아 들어오자 한참 어색하게 있다가 그녀를 경멸하고 조소하는 말들을 내뱉고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그녀가 겉늙고 불행해지리라는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후에 그는 봉급을 제때 주지 않으면 그의 방에 들어와서 말없이 그를 한참 경멸하는 눈초리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가는 시위를 하는 하인 아폴론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가 그가 놀러 오라고 주소를 적어준 리자의 뜻하지 않은 방문을 받게 된다.

리자는 그가 며칠 전에 한 훈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고 그에게 고백하면서 조언을 구하지만, 그녀가 올 것을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오지 않자 그녀의 방문을 포기했었던그는 자신의 가난하고 누추한 의복과 주거, 봉급을 제때 주지 못하여 하인과 치졸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그녀에게 들킨 것이 수치스러워서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화를 내며 폭언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때 그런 말을 했었던 것도 술자리에서 학교 동창들에게 모욕을 당한 화풀이로 그녀를 조롱한 것뿐이고 결코 그녀를 동정하고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며 모질게 내뱉는다.

리자는 그가 격분하여 자의식과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외치는 말을 들으며 처음에는 공포와 모욕을 느끼다가 그를 이해하게 되어 경악하고 이어서 그를 연민하기에 이른다.

결국, 두 사람은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그러다가 그들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는 리자에게 5루블을 주지만 그녀는 그 돈을 몰래 탁자에 던져놓고 그 집을 나간다.

순진하고 어린 창녀 리자와의 에피소드가 이 소설의 주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는데 자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고 비사교적이며 가난한 주인공의 의식세계가 투명하고 냉소적으로 서술돼 있다.

시니컬하면서도 허영심에 가득 차 있는 주인공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강한 자존심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상대방까지도 망가뜨리고 마는 것이다.

이것으로 이 작품은 끝을 맺는데 줄거리는 단조롭기 그지없지만,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를 치밀하고 예리하게 묘사한 필치가 탁월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비밀결사에 참여했다가 사형 선고를 받고 형 집행 직전에 황제의 특사로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된다. 그는 죽음 직전의 참혹한 정신적 체험을 얻고 4년간의 징역과 5년간의 병졸 근무 끝에 겨우 사면되어 페테르스부르크에 돌아오게 되는데 이 10년 가까운 구속 생활에서그는 사회주의와 무신론을 버리고 지극히 종교적인 인간이 된다.

그는 도박의 악습이 있어서 늘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고 지병인 간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도스토옙스키를 입에 올리면 우선 염세주의와 암울한 삶의 절망적인 모습이 떠오르지만 침울하면서도 심오한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내면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해 주는 면모가 있다.

인간의 다면성과 미묘한 심리를 병적일 정도로 예민하고 섬세하게 추구하여 인간이란 무엇인지 자아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인식하게 해 주는 것에 도스토옙스키의 예술의 본령이 있다고 생각된다.

불행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한 나약한 개인에 불과했지만, 그의 문학은 전 세계, 전 인류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쳐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는 격언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해 준다.

'우키아빠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George Orwel [동물농장]  (0) 2010.12.20
서른 가지 진실  (0) 2010.10.06
우키의 한자시험 성적표^^  (0) 2009.12.21
-진심 상편-  (0) 2009.03.08
오적[김지하]  (0) 200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