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의자에서보듯 마틴 반 세브렌은 미니멀리즘 성향이 강한 디자이너다. 장식적인 경향이 두드러졌던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음에도 단순한 디자인을 고집했던 그이기에, 그를 미니멀 디자인을 선보인 대표 인물로 평가하기도한다. 세브렌은 거의 모든 디자인을 최소의 면과 선으로 구현해 내어 구조가 곧 형태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재료에 있어서만은목재, 유리, 알루미늄, 합판, 폴리우레탄 등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그는 ‘촉감(tactility)’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03’을 디자인할 때 폴리우레탄을 기본 재료로 사용하여 이전의 플라스틱 의자에서 느낄 수 없는 촉감을 부여했다. 그의 첫번째 대량 생산 가구이기도 했던 ‘03’의 성공에 힘입어 그가 만든 의자는 ‘07’까지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 ‘04’는 업무용 회전 의자로 발전된 모델이다. 회전 의자를 제조하는 가구회사들이 한창 등판과 좌판을 분리시켜서 등판이 뒤로 넘어가는 다양한 메커니즘(tilting mechanism)을 고민할 때 그는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등판과 좌판의 일체형을 고집했다. ‘03’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앞뒤는 물론 좌우로도 움직이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의자 디자인의 혁신이 그의 손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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